“금리가 오르면 왜 내 채권은 박살 날까?” 채권 가격과 금리의 시소 법칙

주식 시장이 ‘개미’들의 전쟁터라면, 채권 시장은 ‘거인(기관, 국가)’들의 전쟁터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채권 시장의 규모는 주식 시장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주식 시장은 뉴스를 보고 움직이지만, 채권 시장은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을 그저 ‘재미없고 안전한 예금 비슷한 것’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심지어 “안전하다길래 샀는데 -20% 손실이 났다”며 당황해하기도 합니다. 이는 채권의 가격이 결정되는 ‘수학적 원리’를 모르고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경제학에서 가장 헷갈리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인 [채권 가격과 금리의 역의 상관관계]를 아주 쉬운 예시로 풀어드립니다. 이 원리만 깨우쳐도 여러분은 경제 뉴스의 절반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1. 채권이란 무엇인가? (주식과의 결정적 차이)

채권(Bond)의 본질은 ‘차용증(IOU)’입니다.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면서 “언제까지 갚을게(만기), 그리고 그때까지 매년 이자(표면금리)를 얼마씩 줄게”라고 적어서 발행한 종이조각입니다.

주식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소유권’이냐 ‘채권(빌려준 권리)’이냐에 있습니다. 주식은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므로 회사가 대박 나면 배당을 무한대로 받을 수 있지만, 망하면 한 푼도 못 건집니다. 반면 채권은 회사가 대박이 나도 약속된 이자만 받지만,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됩니다.

그래서 채권 투자의 핵심은 ‘대박’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저 친구(발행자)가 만기까지 살아남아서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를 따지는 것이 신용 분석이며, 이 약속된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사고파는 것이 채권 트레이딩의 본질입니다.

2. 핵심 원리: 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질까?

이것이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마치 시소(Seesaw)처럼 반대로 움직입니다. 왜 그럴까요?

[쉬운 예시]
여러분이 1년 전, 이자 3%를 주는 ‘A채권’을 1만 원에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오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서, 새로 발행되는 ‘B채권’이 이자 5%를 준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사람들은 모두 이자 5%짜리 B채권을 사려고 줄을 섭니다. 이자 3%밖에 안 주는 여러분의 ‘A채권’은 인기가 없어 아무도 사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A채권을 어떻게 팔아야 할까요?
“알겠어, 내가 이자는 3%밖에 못 받지만, 대신 채권 가격을 1만 원이 아니라 9,800원에 할인해서 팔게.

결국, 시중 금리(새 채권의 매력)가 올라가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낮은 이자)은 매력이 떨어져서 가격을 깎아야만(가격 하락) 거래가 됩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과거에 발행된 고금리 채권은 귀하신 몸이 되어 가격이 폭등합니다. 이것이 채권 가격 변동의 절대 법칙입니다.

3. 듀레이션(Duration):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

모든 채권이 금리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채권은 금리가 1% 오를 때 가격이 1%만 빠지지만, 어떤 채권은 10%나 폭락합니다. 이 민감도를 측정하는 자가 바로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쉽게 말해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입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이 깁니다. 만기가 30년 남은 채권은 앞으로 30년 동안 금리 변화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단기채 (듀레이션 짧음): 금리 변화에 둔감합니다. 가격 변동이 적어 현금성 자산(파킹통장 대용)으로 쓰입니다.
  • 장기채 (듀레이션 김):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금리가 조금만 내려도 가격이 크게 오르지만(대박),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크게 박살 납니다(쪽박).

2022년 금리 인상기에 ‘미국 장기채 ETF(TLT)’가 반토막이 난 이유가 바로 이 듀레이션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보자는 듀레이션 개념 없이 함부로 장기채에 손을 대면 안 됩니다.

4. 신용 등급: 하이일드(Junk)와 국채의 차이

채권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발행자의 신용(Credit)’입니다. 돈을 떼먹을 확률이 높을수록 더 높은 이자를 줘야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를 ‘신용 스프레드’라고 합니다.

  • 국채 (Risk Free):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돈을 갚습니다. 가장 안전하므로 이자(수익률)가 가장 낮습니다.
  • 회사채 (Investment Grade): 삼성전자, 애플 같은 우량 기업이 발행합니다. 국채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줍니다.
  • 하이일드 채권 (High Yield / Junk Bond): 신용 등급이 낮은(BB+ 이하) 기업이 발행합니다. 부도 위험이 높은 대신, 주식에 버금가는 높은 이자를 줍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들이 부도날 위험이 커지므로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은 급락하고, 안전 자산인 국채로 돈이 몰려 국채 가격이 상승합니다. 따라서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떤 등급의 채권을 담을지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채권 투자 전 필수 확인! 체크리스트 10

  1. [ ] 내가 사려는 채권의 만기일과 표면이율(Coupon)을 확인했는가?
  2. [ ] 현재 시장 금리 추세가 상승기인지 하락기인지 파악했는가? (금리 인하 시기 유리)
  3. [ ] 채권의 신용 등급(AAA ~ D)을 확인하고 부도 위험을 고려했는가?
  4. [ ] 듀레이션(민감도)을 확인하여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인가?
  5. [ ] 개별 채권을 직접 살 것인가, 편하게 채권형 ETF를 살 것인가? (초보자는 ETF 추천)
  6. [ ] 장외 채권 매수 시 증권사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은가?
  7. [ ] 채권 이자에 대한 세금(15.4%)을 고려한 세후 수익률(YTM)을 계산했는가?
  8. [ ] 회사채의 경우 풋옵션(조기 상환권)이나 콜옵션 등 특이 조항이 없는가?
  9. [ ] 경기 침체 시 방어용(국채)인가, 수익 추구용(하이일드)인가 목적이 명확한가?
  10. [ ] ISA나 연금 계좌를 활용해 이자소득세를 절세할 계획인가?

자주 묻는 질문 (FAQ)

Q. 채권은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손해를 안 보나요?
A. 네, 개별 채권(Bond)을 직접 샀다면, 중간에 가격이 폭락해도 만기까지 버티면 처음에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다 받습니다. (단,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Q. 채권형 ETF는 만기가 없나요?
A. 대부분의 채권 ETF는 만기가 없는 ‘무한 롤오버’ 구조입니다. 따라서 만기 보장 효과가 없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원금 손실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만기가 있는 ‘만기 매칭형 ETF’도 출시되었습니다.)

Q. 개인도 국채를 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증권사 앱(MTS)의 ‘장외 채권’ 메뉴나 ‘국채 입찰’을 통해 1,000원 단위부터 소액으로 매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투자용 국채’도 출시되었습니다.

Q. 지금 채권을 사야 할 때인가요?
A.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하를 고려하겠다”는 시그널을 줄 때가 채권 투자의 적기입니다. 금리가 고점(Peak)일 때 사서,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 차익을 누리는 전략입니다.

Q. 브라질 국채는 왜 비과세인가요?
A. 한국과 브라질의 조세 협약에 따라 브라질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매매차익은 전액 비과세입니다. 하지만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폭락하면 환차손으로 원금이 녹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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