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퇴직금을 깨워라! 퇴직연금 DC형 vs DB형 비교 및 수익률 극대화 전략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퇴직연금 어떻게 운용하고 계세요?”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회사가 들어준 거 아니에요?”라고 답합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뉴스는 걱정하면서, 정작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큰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은 연 1~2%대 금리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3~4%인데 내 퇴직금이 1% 수익을 내고 있다면, 여러분의 노후 자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라, 복리의 마법을 가장 길게 누릴 수 있는 ‘초장기 투자 계좌’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퇴직연금의 두 가지 핵심 유형인 DB형(확정급여형)DC형(확정기여형)을 비교하고, 나에게 유리한 선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굴려야 은퇴 시점에 1억 원 이상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퇴직연금의 불편한 진실: 당신의 돈은 썩고 있다

과거에는 퇴직금을 회사가 가지고 있다가 퇴사할 때 한 번에 줬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망하면 퇴직금을 못 받는 일이 생기자,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는 ‘퇴직연금 제도’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안전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대부분의 자금이 은행 예금이나 적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10년간 국내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약 2% 수준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시장(S&P500)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입니다. 복리의 마법을 기억하시나요? 매월 30만 원씩 30년을 적립할 때, 수익률 2%면 1.5억 원이 모이지만, 수익률 8%면 4.5억 원이 됩니다. 무려 3억 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지금 당장 내 퇴직연금 제도를 확인하고 방치된 돈을 깨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2. DB형(확정급여형): 회사가 책임지는 안정형

DB형(Defined Benefit)은 ‘받을 돈이 확정된’ 제도입니다.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똑같습니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운용을 잘하든 못하든 근로자는 정해진 공식에 따른 퇴직금을 받습니다.

  • 공식: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 × 근속 연수

DB형의 장점은 ‘안정성’입니다.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 있습니다. 근로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DB형이 유리한 경우는 ‘임금 상승률’이 ‘투자 수익률’보다 높을 때입니다. 승진 기회가 많고 매년 연봉이 5% 이상 팍팍 오르는 고성장 기업의 직원이나, 호봉제로 급여가 꾸준히 오르는 공무원/공기업 스타일의 직장인에게 적합합니다. 내 연봉이 오르는 것 자체가 퇴직금의 수익률이 되기 때문입니다.

3. DC형(확정기여형): 내가 굴리는 투자형

DC형(Defined Contribution)은 ‘회사가 낼 돈(기여금)이 확정된’ 제도입니다. 회사는 매년 내 연봉의 1/12(약 8.3%)을 내 퇴직연금 계좌에 꽂아줍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그 돈을 예금에 넣든, 주식을 사든, ETF를 하든 모든 운용 책임은 근로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DC형의 장점은 ‘수익성’입니다. 내가 투자를 잘해서 연 10% 수익을 내면 그 돈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됩니다. DC형이 유리한 경우는 ‘임금 상승률’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을 때입니다. 연봉 인상률이 낮거나, 임금 피크제에 도달해 연봉이 깎이는 직장인은 무조건 DC형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공부한 ETF 투자자산 배분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퇴직연금 제도가 바로 DC형입니다.

4. DB에서 DC로 전환: 언제 갈아타야 할까?

많은 회사가 DB형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단, DC에서 DB로 돌아가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최적의 전환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1. 임금 피크제 직전: 연봉이 줄어들면 DB형 퇴직금(평균 임금 × 근속 연수)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임금이 꺾이기 직전에 DC형으로 전환하여 그때까지 쌓인 목돈을 받아 직접 굴려야 합니다.
  2. 승진 제한/연봉 정체기: 더 이상 높은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DC형으로 받아 연 5~7%의 시장 수익률을 노리는 게 낫습니다.
  3. 투자에 눈을 떴을 때: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이나 시장 지수 ETF에 장기 투자할 준비가 되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DC형으로 전환하여 복리 시계를 돌려야 합니다.

5.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 잠자는 돈 강제 운용

2023년부터 ‘디폴트 옵션’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이는 DC형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대로 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만기가 된 예금을 가만히 두면 현금으로 놀았지만, 이제는 디폴트 옵션이 작동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디폴트 옵션을 ‘초저위험(예금)’으로 설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적어도 ‘TDF(Target Date Fund)’‘밸런스 펀드(BF)’ 같은 실적 배당형 상품을 지정해야 합니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주는 펀드로, 신경 쓰기 싫은 직장인에게 자산 배분 효과를 자동으로 제공합니다.

6.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전략: 7:3의 법칙과 ETF 활용

DC형 계좌에서는 주식형 자산(위험 자산)을 최대 70%까지만 담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무조건 안전 자산(예금, 채권 등)에 넣어야 합니다. 이는 노후 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가장 추천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험 자산 70%: S&P500 ETF나 나스닥100 ETF 같은 시장 지수 추종 상품을 매수합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입니다.
  • 안전 자산 30%: 현금으로 두지 말고, TDF를 매수하거나 단기 채권, 혹은 리츠(REITs) 등을 담아 이자/배당 수익을 챙깁니다. (최근에는 30% 룰을 피하기 위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혼합형 ETF’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퇴직연금은 최소 10년, 길게는 30년을 굴리는 돈입니다.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적립식 투자(DCA) 원칙을 지킨다면, 퇴직할 때쯤에는 원금의 2~3배로 불어난 든든한 노후 자금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퇴직연금 점검 및 운용 체크리스트 10

  1. [ ] 나의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2. [ ] 회사의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보험) 사이트에 접속해 적립금을 확인했는가?
  3. [ ] 최근 3년간 나의 연봉 인상률과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비교했는가?
  4. [ ] 연봉 인상률이 낮거나 임금 피크제 대상이라면 DC형 전환을 고려했는가?
  5. [ ] DC형 가입자라면 ‘디폴트 옵션’을 실적 배당형(TDF 등)으로 설정했는가?
  6. [ ] 계좌 내에 현금성 대기 자금으로 놀고 있는 돈은 없는가?
  7. [ ] 위험 자산(주식형) 비중을 70% 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채웠는가?
  8. [ ] 안전 자산 30%를 예금이 아닌 채권이나 배당형 상품으로 운용 중인가?
  9. [ ] 퇴직연금 계좌에서 매매할 때 수수료가 저렴한 ETF를 활용하고 있는가?
  10. [ ]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를 추가로 개설하여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가?

❓ 자주 묻는 질문 (FAQ)

Q. 회사가 DC형 도입을 안 했다는데 어떡하죠?
A. 노사 합의가 있어야 도입이 가능합니다. 회사가 DB형만 운영한다면 개인이 단독으로 DC형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 경우엔 개인연금(연금저축펀드)나 IRP를 통해 개인 자금을 따로 굴리는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Q. DC형에서 주식 직접 투자는 안 되나요?
A. 네, 삼성전자나 테슬라 같은 개별 종목 직접 투자는 불가능합니다. 퇴직연금은 노후 안전판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너무 큰 개별 주식 매매는 법으로 막아뒀습니다. 대신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가 가능하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Q.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서 받았는데 다시 넣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IRP 계좌를 개설해서 받은 퇴직금을 다시 입금하면 ‘과세 이연’ 혜택이 복원됩니다. 퇴직소득세를 당장 내지 않고,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만 55세 이후) 저율 과세(퇴직소득세의 70%)로 낼 수 있어 훨씬 이득입니다.

Q. TDF 2050, 2060 숫자는 무슨 뜻인가요?
A. ‘Target Date Fund’ 뒤의 숫자는 은퇴 예상 연도(Vintage)를 뜻합니다. TDF 2050은 2050년에 은퇴할 사람을 위해 설계된 펀드입니다.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2050년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본인의 은퇴 시기에 맞는 숫자를 고르시면 됩니다.

Q.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길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이를 ‘계좌 이전’이라고 합니다. 은행권은 예금 상품 위주라 ETF 매매가 불편하거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시간 ETF 매매를 원한다면 증권사로 이전 신청을 하면 됩니다. (단, 회사와 계약된 사업자 내에서만 이동 가능할 수 있으니 담당 부서에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