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 순서가 다르다? 수학의 아발란체 vs 심리의 스노우볼 부채 상환 전략

재테크의 시작은 ‘투자’가 아니라 ‘마이너스 탈출’입니다. 많은 분이 “빚을 빨리 갚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여러 개의 대출(신용카드 할부, 마이너스 통장, 전세 대출 등) 중 무엇부터, 어떤 순서로 갚아야 할지 모릅니다.

그냥 돈 생길 때마다 아무거나 갚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빚을 갚는 데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재무 설계학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검증된 부채 상환 전략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이자를 최소화하는 수학적 접근(아발란체)이고, 다른 하나는 성취감을 중시하는 심리적 접근(스노우볼)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당신을 빚의 늪에서 가장 빠르게 건져줄 최적의 상환 전략을 찾아드립니다.

1. 투자가 먼저일까, 상환이 먼저일까? (6%의 법칙)

본격적인 전략에 앞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을 해결해야 합니다. “여유 자금이 생겼는데 빚을 갚을까요, 주식 투자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6%의 법칙’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대출 금리가 6% 이상이라면: 무조건 빚부터 갚으세요. 워런 버핏도 매년 확실하게 6% 수익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빚을 갚는 것은 ‘비과세 확정 수익’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고금리 대출 상환은 그 어떤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습니다.
  • 대출 금리가 4% 미만이라면: 천천히 갚고 투자를 고려해도 좋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부채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 애매한 구간(4~5%): 본인의 성향에 따릅니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면 상환이 답입니다.

2. 전략 A: 아발란체(Avalanche) – 이자 비용 최소화

아발란체(Avalanche, 눈사태) 전략은 산 꼭대기에서 눈사태가 내려오듯, ‘금리가 가장 높은 빚’부터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대출 잔액의 크기는 상관없습니다. 오직 이자율(%)만 봅니다.

[실행 순서]

  1. 모든 빚을 금리가 높은 순서대로 나열합니다. (예: 카드론 15% > 마이너스 통장 6% > 전세 대출 4%)
  2. 가장 금리가 높은 ‘카드론’에 여유 자금을 몰아서 갚습니다. 나머지 빚은 최소 금액만 납입합니다.
  3. 카드론이 끝나면, 그 돈을 합쳐서 그다음 순위인 ‘마이너스 통장’을 공격합니다.

장점: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합니다. 총 납입하는 이자 비용을 최소화하여, 가장 적은 돈으로 빚을 청산할 수 있습니다.
단점: 고금리 대출은 보통 금액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갚아도 갚아도 원금이 줄어드는 티가 안 나서, 중간에 지쳐서 포기할 확률이 높습니다.

3. 전략 B: 스노우볼(Snowball) – 성취감 극대화

스노우볼(Snowball, 눈덩이) 전략은 작은 눈덩이를 굴려 크게 만들듯, ‘가장 액수가 적은 빚’부터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금리는 무시합니다. 오직 대출 잔액(원금)만 봅니다.

[실행 순서]

  1. 모든 빚을 액수가 적은 순서대로 나열합니다. (예: 휴대폰 할부 50만 원 > 카드값 100만 원 > 학자금 1,000만 원)
  2. 가장 만만한 ‘휴대폰 할부’부터 갚아버립니다. (금리가 낮더라도 무시합니다.)
  3. 빚 하나를 완전히 없앴다는 ‘작은 성취감(Small Win)’을 맛봅니다.
  4. 이 자신감을 동력 삼아 그다음 액수인 ‘카드값’을 제거합니다.

장점: 빚의 개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심리적 만족감이 큽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갚게 만드는 동기 부여 효과가 탁월합니다.
단점: 아발란체 방식보다 이자를 더 많이 내게 됩니다. 수학적으로는 손해입니다.

4. 당신에게 맞는 전략은? (성향 테스트)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는 여러분의 성격에 달려 있습니다.

  • 아발란체 추천형 (이성파): 엑셀로 계산하는 것을 좋아하고, 단 10원의 손해도 용납할 수 없는 효율 중시형입니다. 인내심이 강하고 목표 지향적인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 스노우볼 추천형 (감성파): 빚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쉽게 의지가 꺾이는 편입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수학적 이득보다 심리적 승리가 더 중요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스노우볼 전략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합니다.

5. 부채 구조조정: 갈아타기와 통합하기

상환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빚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부채 구조조정이라고 합니다.

  1. 대환 대출(Refinancing): 15%짜리 카드론을 쓰고 있다면, 6%짜리 은행 신용대출이나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저금리로 갈아타야 합니다. 이자만 줄여도 원금 상환 속도가 빨라집니다.
  2. 부채 통합(Consolidation): 자잘한 대출 5개를 1개의 큰 대출로 합치는 것입니다. 건수가 줄어들면 신용점수가 올라가고 관리가 쉬워집니다.

6. 라떼 요인(Latte Factor) 제거: 구멍 난 독 막기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갚을 돈(잉여 현금)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빚을 갚는 동안에는 ‘재무적 다이어트’가 필수입니다. 데이비드 바크가 말한 ‘라떼 요인’을 찾아내세요. 매일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커피, 택시비, 구독료 등 작지만 반복적인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한 달에 10만 원 더 갚는다고 뭐가 달라져?”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발란체나 스노우볼 효과가 적용되면, 그 10만 원은 나중에 수백만 원의 이자를 아껴주는 씨앗이 됩니다. 소비 통제가 선행되지 않은 부채 상환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 부채 탈출을 위한 체크리스트 10

  1. [ ] 현재 보유한 모든 빚의 종류, 잔액, 이자율, 만기를 엑셀이나 종이에 적어보았는가?
  2. [ ] 나의 성향(이성적 vs 감성적)을 파악하고 상환 전략(아발란체 vs 스노우볼)을 결정했는가?
  3. [ ] 대출 금리가 6% 이상인 ‘나쁜 빚’을 최우선 상환 목표로 삼았는가?
  4. [ ] ‘신용카드 리볼빙’이나 ‘현금서비스’ 같은 독성 부채부터 제거했는가?
  5. [ ]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금리 인하 요구권이나 대환 대출을 시도했는가?
  6. [ ] 흩어진 대출을 하나로 묶는 채무 통합을 고려했는가?
  7. [ ] 부채 상환 기간에는 신용카드를 자르고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있는가?
  8. [ ]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최소한의 비상금은 남겨두고 갚고 있는가?
  9. [ ]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라떼 요인(낭비 지출)’을 3가지 이상 줄였는가?
  10. [ ] 빚을 다 갚은 후의 저축 및 투자 계획(목표)이 명확한가?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적금을 깨서 빚을 갚는 게 맞나요?
A. 네, 대부분의 경우 맞습니다. 적금 이자가 4%이고 대출 이자가 5%라면, 적금을 유지하는 것은 매년 1%씩 손해를 보는 행동입니다. 예금/적금을 해지해서 고금리 대출을 갚는 것이 수학적으로 이득입니다.

Q. 빚을 갚는 중인데 투자를 병행하고 싶어요.
A. 추천하지 않습니다. 특히 빚이 있는 상태에서의 투자는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빚 테크’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고수들의 영역입니다. 빚을 0으로 만들어 ‘지반’을 단단히 한 후에 투자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Q. 신용점수에 더 유리한 갚는 방식은 뭔가요?
A. 대출의 ‘건수’를 줄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따라서 1,000만 원짜리 1개보다 100만 원짜리 10개를 갚는 것이 신용점수 상승 폭이 큽니다. 즉, 신용점수 관리 측면에서는 스노우볼(소액부터 상환) 전략이나 부채 통합이 유리합니다.

Q.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데도 갚는 게 좋나요?
A. 계산이 필요합니다. 보통 중도상환수수료는 0.5~1.5% 수준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듭니다. 남은 대출 기간의 이자 총액이 수수료보다 크다면(대부분 그렇습니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빨리 갚는 것이 이득입니다.

Q. 빚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면 어떡하죠?
A. 자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연체 직전 혹은 연체 중)이라면, 개인의 노력보다는 제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제도’나 법원의 ‘개인회생/파산’을 상담받으세요. 이자를 탕감받거나 상환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