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와 깡통전세 공포 때문에 전세 vs 월세 중 무엇이 나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주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세를 선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과자를 살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하면서, 정작 전 재산인 수억 원짜리 계약을 할 때는 공인중개사의 “이 집 융자 별로 없어서 안전해요”라는 말 한마디만 믿고 도장을 찍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저 또한 첫 자취방을 구할 때, 안전하다는 중개사의 말과 달리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집주인의 빚이 집값의 80%가 넘는 ‘깡통 전세’여서 계약을 파기한 경험이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법을 몰라도 누구나 1분 만에 [등기부등본]을 해석하고,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는 부동산 계약의 핵심 안전장치를 알려드립니다.
1. 등기부등본: 집의 ‘건강검진표’
부동산 계약 전 가장 먼저 봐야 할 서류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구 등기부등본)’입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누구나 700원이면 열람할 수 있습니다. 중개사가 미리 뽑아둔 서류는 조작되었을 수도 있으니, 계약금 입금 직전에 반드시 본인이 직접 최신 날짜로 발급받아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은 크게 표제부, 갑구, 을구 3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어려운 법률 용어 다 필요 없습니다. 딱 이것만 체크하세요.
2. 표제부(집의 신상정보): “내가 본 그 집 맞나요?”
- 확인할 것: 내가 계약하려는 집의 주소(동, 호수)가 등기부등본과 일치하는지 봅니다.
- 주의점: 간혹 현관문에 적힌 호수(예: 101호)와 등기상 호수(예: B01호)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다가구 주택이나 빌라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계약서에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상 주소’를 적어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3. 갑구(소유권): “진짜 집주인 맞나요?”
- 확인할 것: 현재 소유자 이름과 주민번호 앞자리가, 내 눈앞에 있는 집주인의 신분증과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 위험 신호(절대 계약 금지):
- 신탁(Trust): 소유자 이름에 개인이 아닌 ‘OO신탁’이라고 적혀 있다면 당장 일어나서 나오세요. 집주인이 소유권을 신탁 회사에 넘긴 상태라, 집주인과 계약해도 효력이 없습니다.
- 가압류/가처분/경매개시결정: 집주인이 빚을 안 갚아서 법적 분쟁 중이라는 뜻입니다. 보증금 떼일 확률 99%입니다.
4. 을구(소유권 이외의 권리): “집주인의 빚은 얼마인가?”
가장 중요한 파트입니다. 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얼마를 빌렸는지(근저당권)가 나옵니다.
- 확인할 것: ‘채권최고액’을 확인하세요. 은행이 빌려준 돈의 120~130%를 설정합니다. 실제 빚은 이 금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안전한 집 계산 공식:
(집주인의 대출금 + 내 보증금) ÷ 집값 시세 < 70%- 예를 들어, 매매가 3억짜리 집에 대출이 1억 있고, 내 전세금이 1.5억이라면?
(1억 + 1.5억) ÷ 3억 = 83%입니다. - 이 수치가 70%를 넘으면 ‘깡통 전세’ 위험군입니다. 이런 집은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HUG/HF/SGI 전세자금대출 및 반환보증 가입 자체가 거절될 수 있습니다.
5. 등기부등본에 안 나오는 시한폭탄: ‘국세 체납’
등기부등본이 깨끗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집주인이 세금(종부세, 재산세 등)을 안 냈다면, 내 보증금보다 국세청이 먼저 돈을 가져갑니다(조세 우선의 원칙). 이건 등기부에 안 나옵니다.
- 해결책: 계약 전 집주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요구하세요. 보여주기를 꺼린다면 십중팔구 체납자입니다. 최근 법이 바뀌어 계약 체결 후에는 임차인이 직접 열람할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건 계약 전에 확인하고 거르는 것입니다.
6. 계약서 특약사항: 나를 지키는 최후의 방패
계약서 하단 ‘특약 사항’에 아래 문구를 반드시 넣으세요. 중개사에게 “이거 안 넣어주면 계약 안 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 “잔금 지급일 다음 날까지 현재의 등기부등본 상태(권리 관계)를 유지한다.”
(내가 이사하고 전입신고 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고 계약금을 즉시 반환한다.”
(집에 하자가 있어 보증 보험 가입이 거절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입니다.) - “임대인은 국세 및 지방세 체납 사실이 없음을 고지하며, 이를 위반 시 계약을 해지한다.”
7. 결론: “사람을 믿지 말고 서류를 믿으세요”
부동산 계약은 “좋은 게 좋은 거지”가 통하지 않는 냉혹한 비즈니스입니다.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을 “깐깐하다”고 타박하는 중개사나 집주인과는 거래하지 마세요. 그것은 깐깐한 게 아니라 내 권리를 지키는 정당한 행동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등기부등본 확인 – 안전 비율 계산 – 체납 확인 – 특약 넣기] 4단계만 기억하신다면, 적어도 내 소중한 보증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비극은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 계약이 너무 불안하다면, 차라리 디딤돌 대출 등을 활용해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부동산 계약 전 필수 체크리스트 7
- [ ] 계약 당일, 내가 직접 인터넷등기소에서 최신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는가?
- [ ] 표제부의 주소와 실제 방문한 집의 호수가 정확히 일치하는가?
- [ ] 갑구의 소유자와 계약하러 나온 사람의 신분증이 일치하는가?
- [ ] 갑구에 ‘신탁’, ‘가압류’, ‘가처분’ 등의 위험 단어가 없는가?
- [ ]
(대출금 + 보증금) ÷ 집값비율이 70% 이하로 안전한가? - [ ]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눈으로 확인했는가?
- [ ] 계약서 특약 사항에 ‘대항력 유지’와 ‘보증보험 반려 시 환불’ 조항을 넣었는가?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집주인이 해외에 있다며 대리인이 왔는데 괜찮나요?
A. 위험합니다. 부득이하게 계약해야 한다면 집주인의 ‘인감증명서(본인 발급)’와 ‘위임장’을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금은 반드시 ‘집주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해야 합니다. 대리인 통장으로 입금하면 절대 안 됩니다.
Q. 근저당권(빚)이 좀 있는데 말소해 준대요.
A.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특약 사항에 “잔금 지급과 동시에 근저당권을 말소한다”라고 적고, 잔금 날 은행에 같이 가서 빚을 갚고 말소 신청하는 것까지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융자가 없는 깨끗한 집인데 전세가율이 90%래요.
A. 위험합니다. 빚이 없어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하면(전세가율 80% 이상), 나중에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집주인이 “돈 없으니 배 째라”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집은 반드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Q. 건축물대장도 봐야 하나요?
A. 네. 등기부등본과 함께 봐야 합니다. ‘위반건축물’(불법 증축 등) 딱지가 붙어있으면 전세자금대출이 안 나오고 보증 보험 가입도 거절됩니다. 정부24에서 무료로 발급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