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이제 막 시작한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세금을 아껴주는 계좌를 만들라는데, ISA를 먼저 해야 하나요, 아니면 연금저축을 먼저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은행 창구에 가면 실적 때문에 둘 다 좋다고 하고, 유튜브를 보면 의견이 갈립니다.
저 또한 첫 월급을 받고 똑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러분의 ‘돈 쓸 목적(Life Cycle)’에 따라 정답은 완전히 다릅니다. 무턱대고 연금부터 넣었다가 결혼 자금이 필요할 때 피눈물을 흘리며 해지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단순한 상품 설명이 아니라, 돈을 묶어두는 기간과 목적에 따른 최적의 가입 순서와 활용 전략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두 계좌의 결정적 차이: ‘3년’이냐 ’55세’냐
두 계좌 모두 ‘세금 혜택’을 주지만, 그 혜택을 받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기간)가 다릅니다. 이것이 선택의 핵심 기준입니다.
- ISA(중개형): ‘3년’만 묶어두면 됩니다. 의무 가입 기간인 3년이 지나면 해지해서 결혼 자금, 전세 보증금, 자동차 구입비 등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즉, 중기 자금(목돈) 만들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 연금저축펀드: ‘만 55세’까지 묶어야 합니다. 중간에 깨면 그동안 받은 세금 혜택을 16.5%의 기타소득세로 모두 토해내야 합니다. 사실상 없는 셈 쳐야 하는 초장기 자금(노후)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3~5년 안에 결혼이나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ISA가 1순위입니다. 반면 “당장 쓸 돈은 있고, 연말정산 환급금이 더 급하다”면 연금저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2. ISA 계좌: 세금 없는 ‘마법의 주머니’ (연 2,000만 원 한도)
저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부터 채우라고 권합니다. ISA는 ‘만능 통장’이라 불립니다. 이 안에서 예금, 국내 주식, ETF, 리츠 등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데, 여기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200만 원(서민형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줍니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수익도 9.9%로 분리 과세됩니다. 일반 계좌에서 15.4%를 떼가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이득입니다. 1년에 2,000만 원씩, 5년간 최대 1억 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저는 매년 이 한도를 채워서 3년 뒤 약 6~7천만 원의 목돈을 만들고, 그 돈을 종잣돈 삼아 자산을 불리는 전략을 썼습니다. ‘유동성’과 ‘절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계좌입니다.
3. 연금저축펀드: 13월의 월급을 만드는 ‘세금 환급기’
연금저축펀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세액공제입니다. 연간 600만 원(IRP 합산 900만 원)까지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납입액의 13.2% 또는 16.5%를 현금으로 돌려줍니다.
예를 들어 연봉 5,500만 원 이하인 직장인이 600만 원을 꽉 채워 넣으면, 연말에 99만 원을 환급받습니다. 앉아서 수익률 16.5%를 확정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워런 버핏도 부러워할 수익률이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유동성 제로’입니다. 55세 이전에 돈이 필요해서 깨는 순간, 그동안 받은 99만 원을 다 뱉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금저축은 ‘없어도 사는 돈’만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4. 딜레마 해결: ‘ISA 만기 자금’을 연금으로 넘기는 꿀팁
여기서 많은 분이 모르는 ‘고수들의 연결 전략’이 있습니다. 바로 ISA 만기 자금을 연금저축으로 이체하는 방법입니다.
ISA를 3년 채우고 만기가 되었을 때, 그 돈을 찾아서 다 쓰는 게 아니라 일부(또는 전액)를 연금저축 계좌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체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를 추가로 세액공제 해줍니다.
즉, 3년 동안은 ISA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돈을 불리다가, 만기 시점에 노후 자금이 필요하면 연금으로 넘겨서 ‘절세 혜택’을 한 번 더 챙기는 것입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결혼 자금도 모으고 싶고, 노후 준비도 하고 싶다”는 딜레마를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5. 나의 실전 포트폴리오 전략: 국내 vs 해외
계좌를 만들었다면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두 계좌의 세금 성격에 따라 담아야 할 자산이 다릅니다.
- ISA 계좌: 국내 상장 해외 ETF(예: TIGER 미국S&P500)나 고배당주/리츠를 추천합니다. 해외 주식형 ETF나 배당주는 원래 매매 차익과 배당금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ISA에서는 이게 비과세 되기 때문입니다. 절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 연금저축펀드: 해외 지수 추종 ETF를 장기 적립식으로 모아갑니다. 20년, 30년 뒤에 꺼내 쓸 돈이므로 당장의 변동성보다는 우상향이 확실한 미국 시장(S&P500, 나스닥100)에 투자하여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6. 결론: 2030은 ISA, 4050은 연금저축이 정답이다
결론을 내려 드립니다. 만약 당신이 2030 사회초년생이라면, 아직 결혼, 주택 구입 등 목돈 들어갈 일이 많습니다. 돈이 묶이면 안 됩니다. 따라서 ISA 계좌를 1순위로 개설하여 연 2,000만 원 한도를 채우는 데 집중하세요. 연금저축은 월 10~20만 원 소액으로 ‘마중물’만 부어두면 됩니다.
반면, 이미 집을 장만했고 자금 여유가 생긴 4050 세대라면, 연금저축펀드와 IRP 한도를 꽉 채워(연 900만 원) 연말정산 환급을 최대로 받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재테크에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나의 생애 주기(Life Cycle)에 맞는 계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입니다.
✅ ISA & 연금저축 가입 전 필수 체크리스트 10
- [ ] 향후 3~5년 이내에 결혼, 주택 구입 등 큰 목돈을 쓸 계획이 있는가? (있다면 ISA)
- [ ] 연봉이 5,500만 원 이하라서 16.5%의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가? (그렇다면 연금저축 고려)
- [ ] ISA 계좌 종류 중 수수료가 저렴하고 직접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을 선택했는가?
- [ ] 소득이 없어도 가입 가능한 서민형 ISA 조건(연봉 5천 이하)에 해당하는지 확인했는가?
- [ ] 연금저축 납입액이 부담스러워 중도 해지할 가능성이 1%라도 있는가?
- [ ] ISA 만기 시 자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하여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계획이 있는가?
- [ ] 해외 주식 직접 투자(테슬라, 애플 등)가 아닌 ETF 간접 투자를 선호하는가?
- [ ]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연 이자/배당 2천 초과)가 아닌가? (대상이면 ISA 가입 불가)
- [ ] 연금저축 펀드와 연금저축 보험의 차이(수익률, 자유납입)를 알고 펀드를 선택했는가?
- [ ] 두 계좌 모두 개설하여 1만 원이라도 넣어두고 가입 기간을 늘리고 있는가?
❓ 자주 묻는 질문 (FAQ)
Q. ISA 계좌는 은행과 증권사 중 어디서 만드나요?
A. 무조건 증권사에서 ‘중개형 ISA’로 만드세요. 은행의 ‘신탁형/일임형’은 수수료가 비싸고, 내가 원하는 ETF나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없습니다. 요즘은 증권사 앱에서 비대면으로 5분이면 만듭니다.
Q. 연금저축, 돈이 급하면 못 빼나요?
A. 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액공제받지 않은 원금’만 페널티 없이 뺄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돈과 운용 수익을 뺄 때는 16.5%의 세금을 물어야 하니, 사실상 손해입니다.
Q. ISA 3년 만기가 되면 무조건 해지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연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과세 한도(200만/400만 원)를 다 채웠다면, 해지하고 재가입해서 비과세 한도를 ‘초기화(리셋)’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를 ‘풍차 돌리기’라고 합니다.
Q. 이미 연금저축보험(보험사)에 가입했는데 어쩌죠?
A. 수익률이 불만이라면 해지하지 말고 ‘연금 이전’ 제도를 활용하세요. 보험사에 있는 적립금을 증권사(펀드)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 가입 기간과 세제 혜택을 유지하면서 투자형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Q. 국내 주식(삼성전자)만 살 건데 ISA가 필요한가요?
A. 네, 필요합니다.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되었더라도, ISA는 배당 소득 비과세 혜택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배당금을 받을 때 세금 없이 전액 받을 수 있으니 무조건 ISA에서 사는 게 이득입니다.